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사막의 후예 (문단 편집) == 11장 == ||잠자코 서 있던 [[나서스]]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선제공격을 했다. 두 다리로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머리 위에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며 도끼를 내리쳤다. 도끼는 [[롤 제라스|제라스]]의 가슴을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쇠사슬이 폭발했다. 제라스는 뒤로 밀려나 사원 벽에 충돌했다. 석조 바닥이 갈라지면서 구불구불한 틈새 사이로 지하 고분의 모래 먼지가 뭉게뭉게 올라왔다. 사원의 거대한 석판들이 떨어져 추락했다. 제라스는 이글거리는 몸에서 활활 타는 에너지 기둥을 내뿜으며 돌진했다. 제라스의 불기둥이 몸에 닿자 나서스는 울부짖었고, 그들은 맹렬한 기세로 서로 맞부딪쳤다. 마법 에너지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 사람들이 태풍 속의 나뭇잎처럼 휘말려 날아갔다. 벽을 흔드는 어마어마한 힘에 주변 건물이 하나둘씩 붕괴되었다. 시민들은 고대에서 온 두 신의 싸움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마법이 풀린 제라스의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시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제라스가 심장에서 마법의 불을 불러내어 무차별적으로 발산시키자 여기저기서 화염이 일었다. 나서스는 몸을 굴려 연이어 떨어지는 불꽃 혜성을 피했다. 불꽃은 차가운 촉감이면서도 뜨겁게 화상을 입혔다. 나서스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도끼날을 휘둘러,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백색 불의 구체를 연달아 막아냈다. 제라스는 나서스의 머리 위에서 갈퀴 같은 벼락을 내리치며 표독스럽게 웃어댔다. 나서스는 온 힘을 쥐어짜내 제라스 쪽으로 도끼를 던졌다. 도끼가 명중되자 제라스는 고통과 분노로 포효했다. 심장의 불꽃이 잠시 꺼지는가 싶더니 이내 되살아났다. 나서스는 제라스를 향해 뛰어올랐다. 그들은 공중에서 격투를 벌이다가 태양의 사원에 다시 한 번 부닥쳤다. 그 충격으로 외벽이 무너지고 지붕의 거대한 석재들이 추락했다. 석재들은 먼 옛날 고분을 지키던 고대 경비병의 주먹과 같은 위력으로 지면과 충돌했고, 그 여파로 바닥이 갈라지면서 사원의 그늘진 지하실이 드러났다. 녹아 들어간 태양 원판은 거인이 던진 동전처럼 맥없이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닿자마자 원판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반짝이는 금속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때 파편 하나가 나서스의 허벅지를 찔렀다. 나서스가 파편을 빼내자 붉은 피가 햇빛을 받으며 다리를 타고 흘렀다. 부서진 석재 사이에서 제라스가 올라 오자 흐린 불꽃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나서스의 가슴에 꽂혔다. 나서스는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나며 비틀거렸다. 제라스는 번뜩이는 마법 에너지를 다시 한 번 발사했고, 이번엔 나서스의 심장에 명중시켰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통증에 나서스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거센 불길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필멸자 군대는 한 손으로도 해치울 수 있었지만 제라스는 만만한 적이 아니었다. 그는 태양의 힘을 훔쳐 휘두르면서 어둠의 마력까지 겸비한 초월체였다. 나서스는 고개를 들었다. 온 도시가 불타고 있었다. “[[시비르|네 놈이 찾는 자]]는 여기에 없어. 네가 볼 수 없는 곳으로 피신했으니까.” “[[아지르]]의 마지막 후손… 영원히 숨어 있진 못할 거야.” 제라스가 말했다. “내 손으로 반드시 찾아서 그 보잘것없는 혈통을 끝내 버릴 테니.” 나서스는 도끼를 꺼내 날에 박힌 보석으로 제라스의 이글거리는 광선을 막아냈다. “내가 살아있는 한은 안 될 거야.” “그럼 지금 죽여주지.” 제라스는 이렇게 말하고 두 팔을 연신 끌어당겨 복잡한 문양을 그리며 불꽃을 발사했다. 나서스는 최대한 방어했지만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다. 제라스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말했다. “네가 숨겨온 질투와 네 배반에 대해서 [[레넥톤|네 동생]]에게 연거푸 얘기해줬어. 그랬더니 네 사지를 절단내겠다고 저주를 하면서 울부짖더군.” 나서스는 두 발을 딛고 일어서며 크게 포효했다. 제라스의 몸을 향해 불기둥이 용암처럼 치솟았고 ‘무수한 태양’의 불꽃이 일렁이며 온몸을 집어삼키자 제라스는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절대 충분할 수 없었다. 지난 번 대적은 나서스와 레넥톤이 힘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였다. 나서스의 위력은 이제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반면 제라스는 수 세기에 걸쳐 힘을 키워 왔다. 제라스는 나서스의 절실한 마지막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떨쳐냈고, 나서스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 제라스는 마법으로 나서스의 몸을 들어올려 허공에서 빙빙 돌리다가 부서져 가는 사원을 향해 집어 던졌다. 나서스의 몸은 석조물을 산산조각 내고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태양이 빚은 그의 뼈는 불쏘시개처럼 부러졌다. 나서스는 두 다리가 부러진 채 사원의 잔해 위에 쓰러졌다. 왼쪽 팔은 어깨부터 손목까지 온통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다치지 않은 팔로 짚고 일어나려 해 봤지만 부러진 허리 쪽으로부터 날카로운 통증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 상처였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천하의 나서스가 이렇게까지 추락할 줄이야.” 제라스가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손 끝에서는 타고 남은 재처럼 작은 불씨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미움 살 짓만 하지 않았다면 내가 널 불쌍히 여겼을 텐데. 고통 속에서 혼자 방황하는 긴 세월 동안 넌 영혼이 꺾여 버렸어.” “꺾이고 고통 받는 게 배반자가 되는 것보단 낫지” 나서스가 입 안에 든 모래를 뱉으며 말했다. “새로운 힘을 얻었어도 결국 네 놈은 노예에 배신자일 뿐이야.” 나서스는 제라스의 분노를 느끼고 즐겼다. 그것 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난 노예가 아니야.” 제라스가 말했다. “죽기 바로 전에 아지르는 날 해방시켰어.” 나서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제라스가 해방되었다고? 그럴 리가… “그럼 왜 이 짓을 하는 거지? 왜 아지르를 배반한 거냐?” “아지르가 멍청했고, 너무 늦게 초월을 했으니까.” 제라스가 답했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 나서스가 끙, 앓는 소리를 냈다. 부서진 어깨 뼈의 조각들이 서로 마찰하며 다시 붙기 시작했다. 팔에 힘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며 축 늘어뜨려 놓았다. “내가 죽은 다음엔 어떻게 할 건가?” 제라스가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떠올리며 나서스가 물었다. “네 놈이 황제가 되면 [[슈리마]]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서스의 초월한 몸은 제라스가 입힌 상처를 기적적으로 치유하고 있었고, 나서스는 그로 인해 통증을 느끼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했다. 제라스는 고개를 젓고 공중으로 솟아 올라갔다. “몸이 되돌아오고 있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아나?” 제라스가 말했다. “그럼 내려와서 제대로 싸워!” 나서스가 외쳤다. “난 네 죽음을 천 번도 넘게 상상해 봤어.” 푹 꺼진 사원 위로 올라가며 제라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내 손으로 죽이진 않을 거야.” 나서스는 사원 위로 올라가는 제라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지할 곳이 없어진 사원의 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기울어지고 있었다. “[[레넥톤|사막의 도살자]]에게도 할 몫을 남겨둬야지.” 태양 원판보다 더 밝은 빛을 내며 제라스가 말했다. 머리 위에서 바위와 흙먼지가 떨어졌다. “난 지켜보기만 할 거야. 그 애가 네 목숨을 거두는 모습을.” 부스러져 가는 사원의 벽으로 백색 불 사슬을 던지며 제라스가 말했다. “그 전까진 널 묻어 두려고. 네가 날 사막 밑에 가뒀던 것처럼.” 제라스는 초신성처럼 눈부신 빛을 내며 불 사슬을 끌고 왔다. 부서진 석재가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살인적인 화염이 하늘 위에서부터 베커라 시내를 뒤덮었다. 위에선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암석 덩어리가 우박처럼 쏟아지고, 밑에선 땅이 빙글빙글 돌다 갈라지며 솟아났다. 사원의 벽이 무너짐과 동시에 나서스는 수백 톤의 잔해 아래에 묻혀 버렸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